8월의 공군 비행단은 뜨거웠다.

단순히 덥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됐다. 활주로 끝에서 밀려오는 열기와 전투기 엔진이 남긴 잔열, 콘크리트 바닥에서 튀어오르는 복사열이 한데 섞이면 사람은 군복을 입은 채 거대한 오븐 안에 들어온 기분이 된다.

그런 금요일 오후였다.

대한민국 공군 제46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 기동중대 특수임무소대는 오늘도 훈련 중이었다.

“캣우먼 송신, 캣우먼 송신. 각 조는 무선 수신상태 확인하라.”

“1조, 수신양호.”

“2조, 수신양호.”

“3조, 수신양호.”

캣 우먼.
특수임무소대 소대장 이소희 소위의 전술 콜사인이었다.
그녀의 확인 무전에 각 조장들이 차례로 답했다.

“각 조는 목표지점까지 순차 진입한다. 1조 진입.”

소희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크게 악을 쓰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사람을 긴장시키는 힘이 있었다.

검은 기능성 흑복 위로 방탄조끼를 걸친 특수임무소대원들이 훈련용 건물 안으로 움직였다. 방탄헬멧과 방탄조끼, 진압장비와 허벅지 홀스터까지 갖춰 입은 대원들은 한여름 햇빛 아래에서 거의 땀에 절어 있었다.

“방패 각도 유지.”

“예.”

“후열 간격 다시 맞춰.”

“예.”

짧고 건조한 지시가 이어졌다.
비행단 주요시설 방호와 대테러 대응을 맡는 공군 군사경찰 특유의 분위기였다. 육군처럼 악을 쓰며 밀어붙이는 분위기와는 달랐다. 대신 더 차갑고, 더 건조하고, 더 숨 막혔다.

“진입.”

방패가 문을 밀고 들어갔다. 후열이 바로 따라붙었다.

“좌측 이상 없습니다.”

“우측 확인했습니다.”

“2조 이동.”

소희는 건물 입구에 선 채 대원들의 움직임을 끝까지 지켜봤다. 방탄헬멧 아래로 땀이 흘러내리는데도 그녀의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한 병사를 불렀다.

“김 상병.”

“예.”

“방금 시선 처리.”

김 상병의 얼굴이 굳었다.

“0.5초 늦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한 건 나중에 하고. 다시.”

“예. 다시 하겠습니다.”

주변 공기가 잠깐 조용해졌다.

병사들은 다 알고 있었다. 소희는 예뻤다. 그것도 엄청 예뻤다. 공군 인트라넷 어딘가에서는 5대 얼짱 장교니 뭐니 하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그런데 실제로 가까이서 마주하면, 외모보다 먼저 긴장감이 느껴졌다.

얼굴 자체는 순한 편이었다. 토끼상인지 다람쥐상인지, 웃으면 꽤 어려 보일 것 같은 인상이었다.
문제는 눈빛이었다.
군생활이 사람의 눈빛을 바꿔놨다.
차갑고 예민했다.
무엇보다 빈틈이 없었다.

“전원 원위치.”

“같은 상황 반복한다.”

멀리 라인 방향에서 전투기 엔진음이 길게 울렸다. 우우우웅― 하고 공기가 떨렸다. 몇몇 병사들의 시선이 흔들렸다.

“시선.”

소희의 목소리가 바로 떨어졌다.
단 한 단어였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병사들은 다시 전방을 바라봤다.

검은 장비들은 이미 열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방탄조끼 안은 찜통이었고, 고글 안쪽으로는 땀이 흘러내렸다. 기능성 흑복은 등에 달라붙었고, 헬멧 안쪽 머리망 사이로 잔머리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소희도 지금 당장 장비를 다 벗어던지고 찬물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오래 식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FM.
그게 소희를 설명하는 가장 쉬운 단어였다. 규정, 절차, 원칙, 실수 없는 대응.
특수임무소대 병사들 사이에서는 뒤에서 이런 말까지 돌았다.

“우리 소대장님 사람 맞냐?”

“눈빛 보면 자동으로 자세 바로잡게 됩니다.”

“군기로 사람 얼려 죽일 것 같네.”

물론 앞에서는 절대 말하지 못한다. 괜히 들켰다가 훈련 한 세트 추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 반복 간다.”

그 말에 병사들의 눈빛이 잠깐 살아났다.

마지막.
군대에서 그 단어는 거의 종교였다. 물론 진짜 마지막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도 믿고 싶었다.

대원들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조금 나았다. 간격도, 시선 처리도, 진입 속도도 조금 전보다 훨씬 정돈되어 있었다.
소희는 끝까지 지켜본 뒤 짧게 말했다.

“좋아. 그 정도.”

그 한마디에 김 상병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 칭찬이라고 하기에는 건조했지만, 소희 기준으로는 꽤 후한 반응이었다.

소희가 손을 내렸다.

“상황 종료.”

그 말이 떨어지자 훈련장 여기저기서 숨소리가 터져나왔다. 누군가는 고글을 벗었고, 누군가는 장갑을 뜯어내듯 벗었다.

“훈련 종료. 장비 정리 후 복귀.”

“예.”

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희도 천천히 헬멧을 벗었다. 머리망 안쪽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장비 상태를 확인했다.

“김 상병.”

“예.”

“방패 손잡이 다시 조여. 아까 흔들렸다.”

“확인했습니다.”

“이 하사.”

“예.”

“진압봉 수량 다시 체크해.”

“예.”

끝까지 FM이었다.

훈련은 끝났지만, 소희의 검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병사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무섭다.'

'진짜 예쁘긴 엄청 예쁘네…'

장비 정리가 끝났다. 방탄조끼와 헬멧, 진압장비들이 전부 반납됐다.
소희는 검은 기능성 흑복 차림 그대로 훈련장 한쪽에 둔 큰 가방을 들어올렸다.

오늘은 평소보다 짐이 많았다. 가방 안에는 이미 외출 준비물이 전부 들어 있었다.

병사 몇 명이 슬쩍 쳐다봤다.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다.
공군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는 쓸데없는 호기심을 참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희는 그대로 대대를 나섰다.
검은 흑복 차림인데도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묘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위를 덮고 있는 건 차갑고 긴장된 눈빛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했다.

'예쁜데 무섭다.'

'엄청 예쁜데 다가가기 무섭네.'

소희는 천천히 걸으며 속으로 시간을 계산했다.

샤워.
환복.
그리고 외출.

오늘은 일부러 차도 군사경찰대대 주차장에 세우지 않았다.
비행단 정문 위병소 바깥 외곽 주차장까지 일부러 걸어갈 생각이었다. 한껏 꾸민 상태로.

누가 쳐다보는지.
몇 명이 뒤돌아보는지.
얼마나 시선이 따라오는지.
그걸 조용히 느끼는 순간이 좋았다.

물론 누군가와 특별한 인연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그저 군복을 벗고 예쁘게 꾸민 뒤 거리를 걷는 순간이 좋았다.
아직 자기 안에 ‘여자 이소희’가 남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기분이었으니까.

이윽고 비행단 본부 장교 목욕탕 건물이 보였다.
소희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오늘 하루 내내 몸에 달라붙은 땀과 열기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찬물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

문이 닫혔다.

잠시 뒤.

[쏴아아아――]

찬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목욕탕 안에 길게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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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타임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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